2020년 겨울, 창밖의 세상은 하얗게 색칠되었다. 길가에는 눈들이 가득히 내려앉았고, 뽀드득 뽀드득 눈들의 고유한 소리가 들려온다. 톰은 내리는 눈을 보며 눈은 세상을 하얀 도화지로 만든다고 생각했다. 상처받았던 이들에게 위안을, 잊고 싶었던 기억엔 마침표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겐 즐거운 시간을 선물한다.
거리를 내려다보니 적막했던 거리는 따듯한 눈으로 감싸져 포근해 보인다. 평소와 달리 하하 호호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 소리로 채워진 거리. 반짝이는 트리의 전구와 전구 옆에 빨간 양말의 징글벨 합창은 귓바퀴에서 계속 맴돌며 톰을 신나게 만들었다..
오늘은 평소와 다르게 뭔가 색다른 하루가 시작되는 듯하다. 사실, 요즘 톰에겐 하루하루가 색다르고 소중했다.
따뜻한 방바닥, 포근한 쿠션, 반짝거리는 불빛.
거실 한편에 크리스마스트리가 반짝거리고 있었고, 톰은 호기심에 트리에 걸린 장식을 툭툭 친다. 트리에 걸린 장식이 흔들렸고, 톰은 눈을 반짝이며 흔들리는 장식을 바라본다. 톰의 집사들은 그런 톰을 따뜻한 눈빛으로 보며 웃음을 짓는다. 그러다 톰을 안아 들고 소파에 앉아 살며시 쓰다듬는다.
벽난로에서 전해지는 따뜻한 온도, 그리고 부드러운 손길에 톰은 슬며시 눈이 무거워진다. 너무나 편안하고 평화로웠다. 모든 것이 원래대로 돌아간 듯 보였다. 아니 원래보다 더욱 가득 차 보인다.
톰과의 사소한 일상이 소중한 것은 집사에게도 마찬가지였다. 톰이 오랜 시간 집을 떠나 있던 동안 많은 후회와 반성을 했었다. 처음 톰이 사라진 걸 알았을 때 심장이 발 끝으로 내려 앉는 기분이었다. 심지어 언제 집을 나간지도 모른다니 스스로가 한심하기까지 했다. 그 후, 톰의 행방을 이웃들에게 묻고 다녔지만 큰 수확은 없었다. 톰을 찾는 전단지를 돌리며 그들은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톰에게 너무 소홀했던 것 같다고. 그리고 톰이 돌아온다면 다시는 톰의 소중함을 잊지 않겠다고. 톰 또한 가족이라는 것을 뼈저리게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다행히 톰은 집에 돌아와 주었고 예전처럼 톰과 평범한 일상을 보낼 수 있어 모두가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하다.
톰 앞으로 놓이는 따뜻한 우유. 이 우유는 톰에게나 집사에게나 특별하다. 자매 집사들이 고생했을 톰을 위해 서로의 용돈을 모아 산 고양이용 우유이기 때문이다. 톰의 일탈 전에는 우유는 고사하고 물조차도 깜빡 잊어먹던 집사였지만, 이제는 톰을 위해 자신의 용돈도 덥석 낼 수 있게 되었다. 그런 집사들의 변화가 톰에게는 꽤 만족스러웠다. 가족으로 인정 받는 기분이었다.
톰은 연기가 몽글몽글 올라가다 종래엔 사라지는 광경을 관찰하며 우유가 식기를 기다렸다. 기분 좋은 고소한 향기가 톰의 콧속으로 들어왔다. 연기가 사라지듯 톰의 근심 걱정도 없어지는 것 같았다. 톰은 무언가 후련한 표정으로 조금 식은 우유에 입을 댔다.
음.. 오랜만에 마시니까 역시 맛있어! 따뜻한 우유가 최고야..!
역시 집 나가면 고양이 고생이라니까 집이 최고야..
우유를 음미하면서 톰은 정말 행복하다고 생각했다. 우유의 맛은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이 맛있었다. 하지만 많은 경험을 통해 톰은 성장하였다. 우유의 맛은 똑같이 맛있지만, 전이랑 다르게 맛볼 수 있었다. 톰은 또 다른 음식이 생각났다. 바로 참치캔이다. 오랜만에 자신이 좋아했던 우유를 음미한 톰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인 참치캔도 먹고 싶어졌다. 밖에서 생활할 때 제일 그리워하던 참치캔이었다.
집사 그 참치캔은.. 없나..? 못 먹은지 꽤 된 것 같은데...
톰은 집안을 이리저리 둘러보며 참치캔이 있을 만한 곳을 찾아보았다. 보이지 않는 참치캔에 집사 근처를 돌면서 참치캔을 먹고 싶단 신호를 보냈다. 그에 막내 집사는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톰... 참치캔이 먹고 싶은 거야?
넌 참치캔이 먹고 싶을 때마다 내 다리 근처에서 맴돌았지...
내가 매번 너에게 참치캔을 주는 담당이었으니까.
미안... 이번에 언니랑 고양이용 우유 산다고 용돈을 다 써버렸어..!
꼭 다음 달엔 정말 맛있는 참치 캔을 사줄게!!!
참치캔이 다 떨어져 조금은 아쉬웠지만 막내 집사의 약속과 따뜻한 말에 톰의 마음은 따뜻해졌다. 우유만으로도 만족했어, 내게 약속해 줘서 고마워라는 마음을 전하기 위해 톰은 막내 집사의 다리에 머리를 비볐다.
긴 여정을 다녀오는 동안 톰은 제대로 된 식사를 즐기지 못하였다. 집에서 편하게 식사를 해결할 때에는 일상이 마냥 지루하기만 하였다. 하지만 바깥세상을 구경하고 여러 친구를 만나고 오니 이런 일상도 소중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 가장 따뜻했다.
어쩌면.. 가끔 적당한 일탈은 괜찮을지도..?
톰은 따뜻한 우유를 즐기며 몸이 노곤해지는 것을 즐기고 있다.
집사는 일터에 휴가를 냈는지 부쩍 톰이랑 있는 시간이 늘었다. 전에는 자주 들을 수 없던 톰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도 자주 들려왔고, 톰이 그루밍하는 횟수가 눈에 띄게 줄 정도로 빗질도 자주 해주었다.
뭔가 다시 옛날로 돌아간 것 같아서 좋아... 지금 이 순간이 영원했으면 좋겠다..
창밖으로 보이는 일출. 어느새 환한 햇빛이 어두운 골목길부터 따뜻한 우리 집까지 비추려 하고 있다.
조금만 지나면 제리도 잠에서 깰 터였다. 사실 겨울이 되고 제리가 밖에서 먹이를 구하는 것이 어려워지자 톰이 선심을 써 파티를 개최하기로 했다. 바로 오늘이 그날이다. 톰은 최대한 멋지게, 이쁘게 보이기 위해 일찍 일어나 세수를 하는 중이었다. 먹을 것은 이미 잔뜩 준비해두었다. 집사들이 무사히 집으로 돌아온 톰을 위해 건넸던 간식을 그의 아지트에 모아둔 것이다.
문득 집을 나가기 전 나에게 관심을 주지 않던 집사에게 잘 보이기 위해 세수했을 때가 떠오른다. 톰은 그때의 기억이 조금씩 떠오르려 하자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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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선글라스나 껴볼까~?
톰은 집을 나서기 전 문득 나에게 관심을 주지 않던 집사에게 잘 보이기 위해 세수했을 때가 떠올랐다. 하지만 곧바로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이제는 그때와 달라..! 나도 엄연한 가족이라고..!
그나저나 제리는 뭐하고 있지? 빨리 가봐야겠다.
그때 저 멀리서 제리가 총총걸음으로 달려온다. 톰을 발견한 제리는 환하게 웃으며 달려온다. 햇빛과 함께 그 모습이 반짝반짝 빛나는 것 같았다. 제리도 파티 때문에 신경을 쓴 것인지 예쁜 넥타이를 매고 있었다.
제리 오늘 좀 귀여운데? 신경 좀 썼나 보네~~
네 선글라스도 너무 멋진걸~?
톰은 오늘따라 제리가 더욱 귀엽게 느껴진다. 이러한 제리의 모습이 오랜만이었기에 계속해서 제리를 쳐다보았다.
톰! 뭐해??
우리 오늘 파티하는 날인 거 알지??
나 그만 쳐다보고 빨리 파티를 시작하자!
톰은 당연하다는 듯이 제리에게 말했다.
당연히 알지~ 내가 우리 파티를 위해 맛있는 것도 잔뜩 준비해놨다구!
오늘 뭐 하고 놀까??
제리가 씩 웃으며 말했다.
오랜만에 내기하는 건 어때?
제리가 톰에게 내기를 제안했다. 제리와 톰은 옛날부터 수많은 내기를 즐겨 했었다.
옛날에 했던 술래잡기를 하는 거야, 이긴 사람 소원 들어주기!
좋아, 하지만 예전처럼 봐주지 않을 거야!
술래잡기의 술래는 톰, 도망가는 사람은 제리였다. 항상 톰이 봐주기 때문에 제리가 이기곤 했지만 이번엔 제대로 하려는 듯 하다.
먼저 도망가 30초 동안 숫자 센다~
제리가 도망갔고, 톰은 제리를 쫓으려 출발하며 생각했다.
흠.. 이 기분 되게 오랜만이네..
톰은 집을 나가는 일탈을 저질렀을 때의 자신이 떠올랐다. 슬퍼하던 자신의 기분을 풀어주기 위해 내기를 제안했던 제리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때의 제리는 참 고마웠지..
제리는 톰에게 정말 소중한 존재임을 톰은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그때와 다르게 그저 즐기기 위한 내기를 하는 지금의 상황이 그리웠었던 것 같다.
톰은 예전에는 당연했던 이 놀이가 오늘따라 왠지 서글프다. 힘든 일을 겪어서일까. 당연했던 일상이 당연하지 않게 느껴진다.
그동안 이런 일상을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았어.
앞으로는 하루하루를 소중하게 생각할 거야!
톰은 달리면서 생각했다.
톰! 뭐해? 안 잡을 거야?!
제리가 소파 아래에서 소리쳤다.
톰은 소파 앞에 엎드려 소파 밑으로 앞발을 휘저었다. 물론 고양이인 톰은 소파 밑으로 충분히 들어갈 수 있었다. 하지만 제리와의 술래잡기를 더 오래 즐기고 싶었다. 이러한 사실을 모르는 제리는 소파 아래에서 웃긴 표정을 지으며 톰을 약 올렸다.
그러자 톰도 제리를 따라 소파 밑으로 들어갔다.
제리는 톰을 피해 소파 아래에서 이리저리 도망쳤다. 그런 제리를 따라 톰도 소파 아래를 열심히 휘저었다. 제리는 소파 끝에 도달하자 이제 도망칠 곳이 없다고 생각했는지 거실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제리가 소파와 거실의 경계에 도달했을 때 제리를 잡아 올리는 손길이 느껴졌다.
아유 먼지!
제리를 붙잡은 손은 집사의 손이었다. 집사의 나머지 손은 제리를 쫓아 소파 아래에서 나오던 톰을 붙잡았다.
둘 다 먼지투성이야!
순간 톰과 제리는 눈이 마주쳤고, 흐뭇하게 웃는다. 톰이 입을 연다.
맞아.. 나는 이런 게 그리웠던 거 같아..
집사의 애정 섞인 꾸중마저도 너무 좋아 이젠!
나를 사랑해 줄 집사를 찾아 그 고생을 했다니...
그런 집사가 바로 옆에 있었는데 그것도 모르고 말이야..
그러게 톰~ 우리는 이번 사건을 통해 큰 깨달음을 얻었다 정말~
집사의 외침에 둘의 훈훈한 대화는 끝이 났다.
안 되겠다, 너희 둘 다 오늘 목욕이야!
톰, 너도 이리 와!
집사는 제리와 톰을 번쩍 안아 욕실로 데려갔다. 욕조에는 따듯한 물이 받아져 있었다. 톰이 좋아하는 오리 인형도 둥둥 떠다녔다. 집사는 톰과 제리를 내려놓고 말했다.
잠시만 기다려, 금방 올게.
집사는 문을 닫고 나갔다. 톰과 제리는 서로 눈을 마주치고 말을 하지 않아도 통한다는 듯이 씩 웃으며 집사를 놀라게 할 준비를 했다.
제리. 넌 어디 숨을래?
난 세면대 아래에 숨을 생각이야.
톰이 소곤거리면서 제리에게 묻자 제리는 걱정스러운 듯한 표정으로 제리에게 물었다.
톰. 숨게 되면 집사가 너무 놀라지 않을까?
제리의 물음에 톰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이내 다시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하나의 이벤트라고 생각하자, 제리
톰의 말에 그제야 제리는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영락없는 영혼의 한 쌍이었다.
그래. 그럼 나는 천장에 붙어있을게.
집사가 오면 떨어져야겠어. 크크크.
제리의 말에 톰은 엄지를 들면서 말했다.
좋은 생각이야!
그렇게 톰은 세면대 아래로, 제리는 천장으로 올라가 각자 주인을 놀라게 할 준비를 했다.
그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주인을 놀라게 할 준비를 마치기 무섭게 주인이 욕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 욕실 문을 열고 들어온 주인은 톰과 제리가 없어져 당황해한다.
그러나 주인이 당황한 표정을 지을 틈도 없이 제리는 주인을 향해 천장에서 떨어졌고, 톰은 제리 때문에 넘어진 주인을 향해 물을 뿌렸다. 톰과 제리의 깜짝 이벤트에 당한 주인은 톰과 제리를 향해 소리쳤다.
이 녀석들!! 나에게 도발했다 이거지~?? 가만 안 둬~~
이리 와!!
톰과 제리는 주인이 다시 일어나서 그들에게 복수하기 전에 욕실에서 도망쳤다.
이를 놓칠 새랴 주인이 일어나서 그들을 뒤쫓았다. 그들은 집안을 헤집으며 주인에게 잡히지 않기 위해 도망 다녔다.
그들은 요리조리 잘 도망 다녔지만 뛰는 동물 위에 나는 사람이었다. 얼마 되지 않아 그들은 곧 주인에게 잡히고 말았다.
잡았다 요 녀석들~ 나를 놀라게 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것은 잘 알고 있겠지?
집사는 빠르게 욕실 문을 닫고 톰과 제리를 잡아 욕조 안에 넣었다.
톰. 이번이 마지막이야.
내가 여기서 지켜보고 있을 거야.
으악!! 잡혔다! 물 싫은데...
넌 왜 안 와?
제리는 모른 척하고 있었지만, 집사의 말에 하는 수 없이 욕조 안에 들어갔다.
나도 목욕은 싫어~!
녀석들. 어차피 목욕할 거면서 왜 반항하는 거야.
평소 목욕이라고 하면 질색하던 톰이었지만 이번에는 조금 달랐다.
일탈이라는 것을 해보며 목욕보다 더 힘든 일들을 겪어왔기 때문이다. 무섭고 힘든 일을 겪으면서 톰의 싫음 순위는 많이 변해온 것 같다. 물은 톰을 더 이상 무섭게 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제 톰에게 목욕은 하나의 쉬는 시간이 된 것만 같았다. 아직 물은 싫지만, 집사에게서 느껴지는 따뜻한 손길은 톰을 편하게 해주었다.
그래 이 손길.. 정말 너무 그리웠어.. 행복하다 정말..
톰은 행복감에 젖어 미소를 지었다.
톰~~ 행복해보이네~~ 하 이게 우리가 그토록 바라던 행복아니겠어??
그니까.. 너무 행복해!! 잭과 미야는 잘 지내고 있겠지?? 보고 싶네..
그러게!! 잘 지내고 있겠지~ 아무튼 잭도 다시 착한 잭으로 돌아와서 정말 다행이야~ 돌아오기 전에 잭은 너무 무서웠다고!
제리는 무서운 잭의 모습을 생각하며 부르르 떨었다.
그나저나 톰, 넌 안 서운해? 네가 좋아하는 미야를 잭한테 넘겨줘도 괜찮아?
톰은 눈을 감고 한참을 생각한 뒤 제리에게 말하였다.
물론 마음이 아프지만, 난 이번 기회에 잭과 미야가 서로 진심으로 사랑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
잭은 앞으로 미야를 슬프게 하지 않을 거 같고..
아쉽지만, 포기해야지
톰이 어딘가 쓸쓸해 보여 제리는 웃으며 말했다.
오, 톰 이기적인 고양이인 줄 알았는데, 남을 위해 포기할 줄 알고 이제 어른 고양이네, 하하
이 작은 생쥐가 못 하는 말이 없네! 이리 와!
하하, 한번 잡아 보라고 톰!
이 녀석들, 목욕할 땐 가만히 있어야지 물이 다 튀잖아!!
그렇게 웃음소리로 가득한 하루가 지나간다.
한편, 잭은 미야를 데리고 미야가 노을 너머 세계에 있을 동안 달라진 풍경을 찬찬히 보여주었다. 아직은 낯선 환경에서 미야가 사소한 것에도 놀랄 때마다 잭은 옆에서 미야를 감싸 안았다.
항상 날카롭고 거칠었던 이전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미야, 이제 옆에 내가 있으니 걱정하지 마.
잭... 고마워
아 참, 오늘 보여줄 것이 있다면서! 빨리 보여줘~
잭은 오늘 미야에게 보여줄 것이 있다 하며 미야를 불렀었다. 잭은 항상 그럴 때마다 미야의 기대 이상의 것을 보여주었다. 그래서 미야는 지금도 잭이 무엇을 보여줄지 기대하고 있었다.
비.밀.
아무 말 말고 따라오기나 해봐
잭은 미야의 눈을 손으로 가린 채 어디론가 데려갔다. 이런 이벤트마다 매번 손으로 눈을 가려준 터라 듯 미야는 눈을 감은 채 잭을 따라갔다.
뭐야 잭 여기가 어디야~
빨리 손 치워봐~
잭은 미야의 눈을 가린 손을 치웠다. 그녀의 눈앞에는 커다란 하트 모양의 연등이 보였다.
그 광경을 본 미야는 굉장히 놀랐다.
...!
저건.. 하트..?
뭐야 잭...이런 건 언제 다 준비했어...
잭은 완벽한 프러포즈를 위해 수없이 많은 리허설을 했었다. '실수만 하지 말자'라는 말을 속으로 되뇌이며 잭이 말했다.
여기 톰이 애용하는 공터잖아.
오늘 여기서 연등 날리기를 한다는 소식을 톰이 집사한테 듣고 알려줬어.
미야, 지금까지 고생시켜서 미안해.
다시는 그때처럼 너를 두고 가는 일 없을 거야.
나랑 결혼하자. 그리고 우리를 반씩 닮은 아기도 나아서 함께 행복하게 살자.
잭은 살짝 떨면서도 결연하게 자신의 진실된 마음을 고백했다. 그리곤 하얀 꽃 한 송이를 미야에게 내밀었다.
잭은 미야에게 청혼하면서 어떤 선물을 줄지 고민했었다. 참치캔이나 츄르는 예쁘고 똑똑한 미야라면 어느 곳에서나 구해 먹을 수 있는 것이어서 무엇을 주면 정말 미야가 기뻐할지 며칠을 고민했었다. 그러다 우연히 본 하얀 꽃에 시선을 뺏겼다. 잭은 작고 여리지만, 자신의 사랑을 가장 잘 보여줄 꽃을 조심스럽게 꺾어 지금 미야에게 건네는 것이었다.
...잭!
미야는 감동의 눈물을 흘리며 잭을 껴안았다.
잭.. 너무 고마워..
지금 내 기쁨을 어떤 말로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어..
잭은 무사히 프러포즈를 성공해서 기뻤다. 하지만 미야에게 미안한 감정도 들었다. 잭은 멋쩍은 듯이 웃으며 미야에게 말했다.
그래.. 나도 네 마음 알아~
이제서야 너를 노을 너머 세계에서 데려오게 되어 너무 미안해.
그동안 얼마나 외롭고 힘들었을지 짐작이 안 가..
미야는 감개무량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 불량하던 내 남자친구가 이렇게 변하다니 정말 신기한 일이야 후후
다 너와 내 친구들 덕분이야.
겁쟁이였던 나에게 커다란 용기를 심어줬잖아.
정말 좋은 친구를 두었어 잭.
물론 정말 좋은 여자친구도.
잭과 미야는 밤하늘을 수놓은 연등을 보며 사랑스럽게 서로의 얼굴을 비볐다.
미야.
잭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왜, 잭?
머뭇거리다 말을 꺼냈다.
우리도 연등 하나 날리지 않을래?
이것도 톰이 알려줬는데... 연등을 날리면서 소원을 빌면 반드시 그 소원이 이루어진대.
잭은 풀숲에서 홀로 아련하게 빛나고 있는 연등을 가리켰다.
응, 하자.
미야가 빙긋 웃으며 말했다.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한 지금이기에, 미야는 잭과 함께 할 수 있는 한 많은 추억을 쌓고 싶었다.
잭과 미야는 연등을 붙잡고 있던 풀잎을 떼어낸 후, 연등의 바닥을 부드럽게 위로 툭 치자, 연등은 그 어떤 불빛보다 밝게 빛나며 서서히 하늘을 향해 날아갔다.
무슨 소원 빌었어?
잭이 웃으며 말한다.
무슨 소원을 빌었겠어~
당연히 앞으로 너랑 나랑 잘 살게 해달라고 빌었지~
미야도 수줍은 듯이 대답한다.
나도..!
우리 진짜 잘 살아 보자!